방어 기제란 심리학적 매커니즘인데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인 불안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평정심을 찾기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불안은 자아가 맞닥뜨린 위험을 알리는 신호인데요. 이러한 불안은 세 가지 자아 간의 갈등으로 계속해서 야기됩니다. 자아는 충동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원초아, 완벽성을 추구하는 초자아 간의 갈등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즉, 불안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데요. 이에 관해 프로이트는 모든 행동이 본능에 의해 같아지는 것처럼, 역시 불안을 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방어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을 원하지 않으며 그것에서 벗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무엇이 위협적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나, 심적으로 자아개념을 위협하는 갈등이 있을 때 일어납니다. 또한 이성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막을 수 없을 때, 자아를 붕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사고 및 행동 수단입니다.
방어 기제는 성격발달의 수준이나 불안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두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는데요. 방어 기제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왜곡시킨다는 점과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방어 기제에는 매우 다양한 유형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개인이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도구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한두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고 중복되어 발현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정상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다가도 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고통에 처하게 되면 비정상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병리적이거나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도피, 억압과 억제, 부정, 동일시와 승화, 투사, 보상, 전위(충동을 표현하는 방향을, 원래 불안을 느끼던 대상보다 덜 위협적인 다른 대상으로 바꾸는 것인 치환이라고도 합니다.), 전이, 합리화, 고착, 반동형성, 해리, 퇴행, 주지화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유형들 중 먼저 ‘부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정’은 가장 원초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주로 아동이나 심각한 정도의 정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닥친 위협적인 현실을 말 그대로 부정하여 불안을 방어하려는 건데요. 자신에게 불안을 일으키는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그 죽음 자체를 부인한다거나, 전쟁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 그 비참함에 눈을 감아 버리는 것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억압과 억제’입니다. 프로이트는 ‘억압’을 일차적 자아방어로 보았는데요. 이는 더 정교한 방어 기제로 이어지는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불안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억압’은 의식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충격적이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억눌러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억압’이 다른 방어 기제나 신경증적 증상의 바탕이 되는 것과 반대로 ‘억제’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눌러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즉, 욕구불만에 의해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의 감정 혹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원망 등을 억제시켜 의식의 세계에서 없애버리려고 하며, 그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제입니다. ‘억제’가 바탕이 된 극단적인 경우가 ‘억압’인 것입니다.
방어 기제의 또 다른 유형으로 ‘투사’가 있습니다. 자신의 자아 안에 존재하고 있으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이의 특성으로 돌려 버리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심리적 속성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여기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 스스로가 화가 나 있는 것은 의식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이 화를 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위험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원초아의 욕망을 자기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착 또는 병적 집착’ 또한 방어 기제의 한 유형입니다. 성격발달의 단계 중 어느 특정 단계에 멈추어 다음 단계로 발달하지 않음으로써, 다음 단계가 형성하는 불안에서 벗어나려 하는 방어 기제입니다. 즉,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보다 남에게 의지하고만 싶어 하는 아동은 어른이 되면 사회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두려워 성장하기를 거부하고 유아기에 병적으로 집착하려는 것입니다. 어른답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고등학생 수준의 행동 및 사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다음은 ‘퇴행’입니다. 현재의 상태보다 비교적 단순한 초기의 발달단계로 돌아가는 행동입니다. 즉, 타인과 사회의 요구가 적은 유아기의 단계로 되돌아가 안주하려는 방어 기제입니다. 동생이 생긴 아동이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대소변을 잘 가리다가도 다시 못 가리게 되는 경우도 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퇴행과 고착 사이에는 차이점이 존재하는데요. 고착은 특정 성장 단계에서 멈춰 있는 것이라면, 퇴행은 이미 그 성장 단계를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예상될 때 무의식적으로 이미 지난 과거의 단계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다가올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방어 기제라는 점이 다릅니다.
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법한 방어 기제도 있는데요. 바로 ‘합리화’입니다. 자신에게 실망을 주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럴듯한 구실을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즉, 상처 입은 자아가 더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상황에서 빠져나갈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자기기만의 방어 기제입니다. 이는 가끔 '신 포도 반응'이라고도 하는데요. 이것은 포도를 먹고 싶어 하는 여우가 키가 작아 포도를 딸 수 없자 그저 올려다보며 저 포도가 시기 때문에 안 먹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에서 따온 것입니다.
또 다른 방어 기제인 ‘승화’란, 각 개인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근본적인 충동을 사회적으로 허용된 생각이나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적절하게 바꾸는 자아기능입니다. 즉, 승화는 자아가 충동의 표현을 억제하도록 하지 않고, 충동의 목적이나 대상을 바꾸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적절치 못한 충동을 유일하게 건전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자신의 공격적인 충동을 권투 경기와 같은 운동 경기를 통해 발산하여 사회적으로 환영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다음은 ‘치환 혹은 전이’입니다. 치환은 자신의 목표나 인물 대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상에게 에너지를 쏟는 방어 기제입니다. 즉, 위협적인 대상에서 비교적 덜 위협적인 대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는 불안정한 상황, 환경에서 드러나기 쉽습니다. 가정에서는 자주 학대받거나 가족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가족에겐 사랑을 못 느끼는 반면, 교사에게는 각별한 사랑을 보이는 것이 치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불안이나 죄책감을 포함하는 충동에 대한 보편적인 방어 기제가 전이인 것이다. 부모님에게 혼난 자녀가 부모님에게 직접 뭐라고 할 수 없으니 방문을 세게 닫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 그 예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동형성’은 잘못된 충동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반대 행동을 하여 자신을 조절하거나 방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을 누르고, 그와 반대되는 행동이 의식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두 개의 단계를 거쳐 발현됩니다. 반동형성은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것이나 강박적이고 엄격한 특징을 가진 행동 중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자면, 흑인 여성에게 강한 성욕을 느끼는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들을 성적인 부분에서 비난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철회’가 있습니다. 이는 상상 속의 행동을 포함, 자신의 욕구와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 그 행동을 멈추고 원상복귀 시키려는 일종의 속죄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옳지 않은 방식으로 번 돈의 일부를 자선사업에 사용하는 것, 아내를 때린 남편이 꽃을 사다 주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동일시’입니다. 동일시는 타인의 태도, 가치관, 신념 등을 자신의 것으로 채택함으로써 그의 특성이 자신의 성격에 흡수되는 것을 말합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동일시를 통해서 초자아가 형성됩니다. 성체성사에서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것도 동일시의 한 형태인데요. 사람들이 예수의 몸과 피를 함께 나눔으로써 좀 더 예수를 닮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방어 기제의 정의와 다양한 방어 기제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0) | 2024.05.22 |
---|---|
임상 심리학, 그리고 임상심리사/정신건강임상심리사 되는 방법! (0) | 2024.05.16 |
행동주의 심리학과 주요 이론들 소개 (0) | 2024.05.10 |
심리학의 흐름 (0) | 2024.05.09 |
사회과학과 심리학에 대하여 (0) | 2024.05.08 |